고등학교 졸업 후 시골을 떠나 서울에서 사는 혜원이 있습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본인만 시험에 낙방하고 말죠. 자존심이 상해버린 혜원. 그녀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자신의 고향 미성리로 도망치듯 떠납니다.

미성리는 여러모로 서울의 대척에 있는 곳입니다. 가게가 없어서 자그마한 물건을 사려 해도 한참을 걸려 읍내로 가야하고, 교통은 두말할 것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죠. 그래도 이곳엔 혜원을 향해 두 팔 벌려 반겨주는 소꿉친구들이 있습니다.

혜원에게 엄마는 미스터리한 존재입니다. 수능을 보는 날, 혜원을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었다’는 알쏭달쏭한 편지 한 통을 두고 홀연히 떠나버린 엄마. 혜원은 이런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혜원의 모든 레시피가 엄마의 것을 닮았다는 부분은 혜원에게 엄마가 어떤 의미인지 예상할 수 있게 합니다.

무더운 여름의 한낱, 혜원은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붉은 과육을 모두 베어먹고 꼭지만 남아버린 토마토를 내던지며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렇게 던져놔도 내년에 토마토가 열리더라”. 하지만 이어지는 혜원의 나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 ‘노지에서 햇볕을 듬뿍 받고 완숙이 된 토마토’만이 아무렇게나 던져놔도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아마 엄마는 혜원을 토마토 같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아무렇게나 내던져져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의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사람 말이에요.

혜원은 그녀의 엄마가 그랬듯 친구들에게 편지를 남기고 서울로 돌아갑니다. 재하는 혜원의 텃밭을 돌보며 혜원이 곧 돌아올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주심기를 준비하는 것 같다며 말이죠.

아주심기는 더 이상 옮겨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농사법인데요, 아주심기한 양파는 더 튼튼하게 뿌리박아 훨씬 달고 단단하다고 해요.

아마 이 말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일지도 모릅니다. 옮겨심으며 혹독한 겨울을 견딘 양파가 훨씬 달고 단단하듯이 좌절과 방황을 겪은 이들이 더 단단해질 거라고. 그리고 마침내 뿌리내릴 수 있을 거라고 말이에요.

네 계절을 돌아 허기를 채운 혜원은 비로소 엄마의 편지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작은 숲을 찾겠다고 다짐하죠. 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작은 숲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영화 초반과 후반, 서울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혜원의 모습은 사뭇 달라 보입니다. 혜원의 방 창가에는 초록 식물들이 자리 잡고, 편의점 도시락 대신 샐러드와 토스트를 만들어 먹습니다. 짐작건대 서울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바뀐 것이라곤 고향에서 허기를 채우고 돌아온 혜원뿐이죠. 고향 친구들과의 기억, 정갈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이해가 혜원을 미소 짓게 만든 것처럼 보여요.

이런 것들을 보면 작은 숲이란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소중한 것’을 뜻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혜원의 목소리를 빌려 관객들을 향해 ‘당신의 작은 숲은 찾아보라’며 이야기를 건네는 듯합니다.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서울에서도 비로소 미소를 되찾은 혜원처럼 여러분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무언가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허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허기가 단순히 배고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삶의 의미’와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 혜원은 자급자족 라이프를 실천하며 알게 모르게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갑니다. 몸의 허기를 채우는 것이 그녀의 음식이라면, 영혼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친구들과의 시간, 엄마와의 추억, 스스로 만드는 주체적 삶처럼 보여지죠. 이렇게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들이 영화의 제목인 리틀 포레스트, 작은 숲이 아닐까 싶네요. 음, 어쩌면 이 작은 숲이라는 말을 소확행이라는 말로 치환해도 될 것 같네요.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법이잖아요?

저는 오늘 시원한 맥주에 바지락술찜을 만들어 먹으려고 합니다. 하루의 끝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게 제 소확행이거든요! 여러분들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궁금합니다.

• 주제가 흥미로웠어요.
• 영화 주인공이 된 것처럼 생각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문체가 따뜻해서 좋아요.
•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소개글을 봐서 그런지 영화 소개글만으로도 내용이 막 떠올려지면서 다시 본 느낌이 들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