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기적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여행 이야기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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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마음필름

철이 든다는 것은...
감독이 보여주는 성장의 모습
영화를 닮은 청량한 음악
어른들을 위한 동화

들어가기 앞서

구독자님, 어서 오세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어느새 2월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짧았던 겨울방학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쁘고 팍팍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방학'이라는 단어에 마음을 설레던 시절이 있었음을 회상하게 되네요. 오늘은 이런 어린아이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그래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12번째로 소개해드릴 마음필름은,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입니다.

천진한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철이 든다는 것은...

엄마 아빠와 다같이 살고 싶어!

사쿠라지마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아침마다 내려앉는 곳, 가고시마. 초등학교 6학년짜리 소년인 코이치는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코이치의 아빠 켄지는 가정 불화 때문에 엄마 노조미와 별거하기로 결정했고, 동생 류노스케는 아빠 켄지를 따라 후쿠오카에 떨어져 지내고 있죠. 이런 코이치가 바라는 작은 기적이 있다면, 그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화산재를 뿜어내고 있는 화산이 크게 폭발해버리는 것. 그렇게 되면 피난을 떠나야 할 테니 네 가족이 다시 한번 오사카에서 재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기적이 이루어지려면

그러던 어느 날, 코이치는 친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듣게 됩니다. 바로 ‘엄청난 속도로 마주 오는 열차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이 소문을 굳게 믿고 있는 코이치와 친구들은 각자의 작은 소원을 품고서 신칸센이 교차하는 곳, 구마모토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구마모토행 기차표를 사기 위해 자판기 밑을 뒤지고, 가지고 있던 책과 장난감을 팔면서까지 말이죠. 그리고 후쿠오카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류노스케 역시 자기 친구들과 함께 형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합니다.

각자의 소망을 품고 구마모토로 여행을 떠나는 두 형제. 과연 그들이 바라는 기적은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까요?

이번 주 마음챙김

서로 다른 사랑의 언어

| 하지만 지난달에 야채 씨를 뿌려서 봄에 먹을 수 있을 텐데

영화에서는 가족보다 야채가 더 중요하냐며 핀잔을 듣는 류노스케의 모습이 나옵니다. 사실 그 야채는 엄마가 맥주 안주로 좋아하던 누에콩이었음을, 열매가 맺히면 엄마에게 보내려 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코이치가 이해하지 못하던 동생의 행동이 사실은 엄마를 위한 행동임을, 두 형제가 바라는 것은 서로 달라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의 안녕을 빌고 있다는 것까지 말이죠.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작은 배려

| 마지막 부스러기가 제일 맛있어

코이치는 버려지는 과자봉지를 낚아채 남아있는 부스러기를 입에 털어 넣습니다. 그리고 코이치는 이 부스러기를 ‘가장 맛있는 것’이라고 말하죠. 그래서인지 두 형제는 부스러기를 이 과자 부스러기를 두고 서로 먹겠다고 많이 다퉜다고 합니다.

어쩌면 과자 부스러기는 ‘소중한 것’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소중한 것’을 기꺼이 동생에게 내어주는 코이치의 모습은 전화로 동생에게 핀잔을 줄 때와는 달리 의젓해 보인다고 느꼈습니다. 극의 초반부, 공연 대기실에서 류노스케에게 부스러기를 양보하는 켄지처럼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게 된 것이죠.

고레에다 감독이 보여주는 성장의 모습

| 아빠를 잘 부탁해

두 열차가 마주치는 기적의 순간, 코이치는 자신의 소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합니다. 만일 코이치의 바람대로 화산이 분화한다면 누군가의 터전은 쓸려 내려갈 테죠. 코이치는 이 사실을 떠올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코이치가 자신의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했다는 말은 아마도 그가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아빠 켄지가 코이치에게 말했던 '세계를 생각한다'는 것은 ‘타인을 위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개인적 소망 때문에 남을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을 테니 말이에요.

이 영화는 꿈을 찾는 여행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생에게 ‘아빠를 부탁’하는 코이치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도쿄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메구미처럼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택하는 것. 그리고 ‘제일 맛있는 것'을 내어주고 화산이 폭발했을 때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는 코이치처럼 타인을 배려할 줄 알게 되는 것. 그것이 감독이 말하는 성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주 마음음악

영화를 닮은 청량한 음악

이번 추천 음악은 바로, あいみょん(아이묭) - マリーゴールド(메리골드)🎶 예요.

麦わらの帽子の君が

밀짚모자를 쓴 네가

揺れたマリーゴールドに似てる

흔들리는 메리골드를 닮았어

あれは空がまだ青い夏のこと

그건 하늘이 아직 푸르던 여름의 일

懐かしいと笑えたあの日の恋

그립다며 웃을 수 있었던 그날의 사랑

에디터 한마디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에디터 비오나 🍊

누군가 이 영화에 대해 묻는다면 저는 가루칸떡같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백설기쯤 될까요. 담백하지만 은은한 단맛을 가진, 하지만 그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좋은 영화란 ‘극장을 나섰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영화’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가 거기에 해당되지 않나 싶은데요, 해석의 여지가 많아 미묘한 감정을 천천히 곱씹기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의 감상도 가지각색이죠. 저는 이 영화가 관계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일상의 기적을 말하는 영화라고 말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네요.